일기: 2019-09-21
오늘 2자습 막바지에 방으로 내려가기 위해 식당에서 책과 노트북을 가방에 우겨넣던 중, 문득 내 가방 안에 들어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빈틈 없이 꽉 차서 무겁게 내 어깨를 짓누르는 가방을 보자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 머릿속과 같다는 생각이다. 지금 내 머릿속도 많은 생각들로 가득 차있다. 고민과 희망, 그리고 공상이 뒤섞인 채. 고민은 아무래도 대학에 관한 고민일 것이다. 아까 10시쯤 식당에 올라와 하진 누나와 잠시 얘기를 했다. 누나가 자기의 common application이라면서 EC 항목을 보여줬는데, Ahoy - 옹달샘 - 사법/법무부 - 수영부 - 개인 research - ?? - 독립언론 - 휴오민 - 스케이트보드 뭐 이런 순서로 한 장짜리 페이지에 적혀있었다. (이 순서를 최대한 기억하는 것은 나중에 이 노트를 보고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해서이다.) 항상 EC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저 한 장짜리 페이지에 누군가의 고등학교 3년 인생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누나는 자기에게 중요한 순서대로 적은 것이라고 했다. (독립언론 하니까 생각나는데 나도 3학년 때 독립언론을 해보고 싶다.) 나랑 1년 반을 같이 보낸 누나가 이제 대학을 가기 위해 원서를 쓴다고 하니 와닿지 않았다. 사실 어제 현우 형이 나에게 해준 말도 그렇고 (매일 일기를 써라) 선배들이 뭔가 한층 더 성숙해진 느낌이다. 마치 새장을 뚫고 나가려는 새처럼 강원도 횡성의 좁은 학교에서 벗어나 세계로 비상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 다만 그 과정이 나와 친했던 사람들에게 내 눈 앞에서 일어나니 현실감이 들지 않을 뿐. 동시에 나에 대한 고민 또한 깊어만 간다. 사실 대학에 대한 고민은 다른 고민들처럼 특정할 수 없다. 어느 대학을 가지? 거길 가기 위해서 난 뭘 해야하지? 매일 이렇게 살아서 발전할 수 있을까? 과연 대학을 갈 수는 있을까? 이런 막연한 고민이다. 이 고민에 대해서는 매일 생각해봐야겠다. 아 그리고 한 가지 인상깊었던 하진 누나와의 대화는 누나가 1학년 때부터 프린스턴이 드림스쿨이었는데 요즘 고민 중이라고 한다. 아마 아직 얼리 넣을 대학을 정하지 않아도 되는 듯하다. 나는 예전부터 유펜이 끌린다고 하니까 영헌이 형이 유펜을 넣는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내가 나는 어떤 걸 한 번 결정하면 잘 바꾸지 않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마치 연애상담 받듯이 이미 마음 속으로 결정해놓고 조금씩만 거기서 DEVIATE한 다음 결국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단 몇가지 예외가 있었는데 하진. 누나의 도움을 받아 나가기로 결정한 ARML이 그 중 하나이다. 암튼 짧은 시간이었지만 매우 유익한 대화였다. 역시 하진 누나는 내 최대의 조언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