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위원회 판례집 서문
‘법 없이 사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벌점 없이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민족사관고등학교의 재학생 450여명은 3년 내내 혹독한 벌점의 굴레에 매여 살아갑니다. 매주 가슴을 졸인 채 법정리스트를 확인하고, 목요일마다 법정에 참석합니다. 억울한 일이 있다면 최후변론서를 제출해 사법위원회의 판결을 받기도 하지요. 회귀하는
이처럼, 민족사관고등학교의 사법은 잘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공기처럼 말이죠. 이미 역할 분담도 다 되어있어서 특별한 큰 문제점이 발생한 적도 없습니다. 이처럼 민족사관고등학교의 사법은 이미 완성된듯합니다. 그러나 민사고의 사법은 아직 턱없이 부족합니다. 체계적인 것처럼 보이는 시스템에는 수많은 사소하나 중대한 허점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안이한 태도를 보이며 안주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더 나은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혹자는 사법위원회의 가장 큰 특성이 보수성이라고 말합니다. 입법이나 행정위원회는 매번 혁신을 꾀하는 반면 사법은 고정된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그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법위원회에게 이 주장은 절대 동의 불가능합니다. 비록 거창한 공약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사법위원회는 대마다 단계적인 변화를 거듭해왔습니다. 이에 13년 전 처음으로 사법위원회가 출범한 당시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사법위원회는 영원히 변화를 추구해야할 것입니다. 게을러지는 순간 사법(司法)은 사법(死法)이 되는 것입니다. 사법의 업무가 반복적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저 역시 최후변론서가 없는 날에는 업무의 무게에서 해방되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사법위원회의 존재 의의에 대해 의심하고는 했습니다. 반복적 업무가 사법위원회의 존재 이유로서 유일하다면 동시에 존재하지 않을 이유로서도 충분합니다.
따라서 추구해야할 가치는 반복적 업무를 초월한 영역에 존재합니다.
때로는 반복적 업무에 지쳐 판단을 내리길 망설일 때도 있습니다.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거나 판례에 순응하며 자의적 판단을 내리길 꺼릴수도 있습니다. 임기 말에 갈수록 판결의 신선도는 떨어지고 현실에 안주하는 보수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사법위원회는 바로 이러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경계해야 합니다. ‘자의적이다’ 혹은 ‘기준이 모호하다’라는 방관자스러운 핑계로 사법위원회가 스스로의 최우선 가치인 ‘정당한 판결’에서 멀어지는 자기모순을 절대로 좌시해서는 안됩니다. 논쟁과 토의를 지향해야 합니다. 귀찮음은 지향해야 합니다.
멈춰있는 것은 계속 멈추고자 합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죠. 민족사관고등학교의 사법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힘차게 흐르는 냇물이 되어 영원토록 발전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