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19-09-23

2019년 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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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자에 하진 누나한테 혼났다. 혼끝에 옹달샘 모임이었는데 솔직히 귀찮아서 안 갔다. 그러고 10시 반쯤 이세영이랑 식당에 있다가 식당 중앙 테이블에서 옹달샘 24기 애들이 모여있길래 아무 생각 없이 반갑게 다가가서 인사했는데 애들이 냉랭하게 대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옆에 있던 하진 누나는 ‘너 이따 잠깐 얘기 좀 해’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던졌다. 그때부터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았는데 방에 갔다가 싸베를 타고 올라가는데 딱 그 누나가 타서 나랑 단둘이 올라갔다. 엘베에 들어오자마자 하는 말이, ‘너 옹달샘 나갔냐?’였다. 그래서 난 아니라고 했더니, 그럼 모임에 왜 안나오냐고 하는 것이었다. 내가 뭐라 말할지 몰라서 가만히 있자, 바쁘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내가 요즘 여유가 좀 없다 하고 내렸다. 매우 불편한 몇 초였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옹달샘 22+23 페메방에 23기 시간 언제 비냐 하길래 수요일 수퀴라 했더니 알겠다 하다가 갑자기 ‘동아리에 누가 남아있는지 모르겠는데 남아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걸 본 순간 아 상황이 많이 심각하구나라고 느꼈다. 그러고선 식당에 앉아있는 나에게 찾아와서 수퀴 때문에 바쁘니 수요일 혼끝이나 2자에 모이면 되겠냐고 했다. 그래서 알겠다고 했는데, 뭐라도 말해야 할 거 같아서 ‘페메 보고 많이 당황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나에겐 모임을 열심히 오지 않은 죄가 있다면서 나중에 혼날거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우성이랑 성준이도 엄청 혼나고 결국 우성이가 식당에 와서 24기랑 같이 일하더라.

솔직히 많이 반성했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한 나였다. 그러나 이상하게 옹달샘만큼은 열심히 하려는 욕구가 들지 않았다. 내가 봉사와 거리가 먼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티 때는 정말 멋있어서라는 생각 반, 국제한테 봉사 동아리가 필요하니까라는 생각 반으로 지원했다. 그런데 지금은 진심은 풍화되고 필요에 의한 의무감만이 옹달샘에 대한 나의 시선을 감싸고 있는 듯하다. 동시에, 하진 누나가 그렇게 화난 것도 처음 봤다. 식당에서 혼정빵 먹는 모습을 봤는데, 세게 물어뜯는 걸 보고 꽤 충격 받았다.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누나의 모습이었다.

열심히 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는 대체로 의지가 박약한 인간인듯 하다. 머릿속에선 매 시간 수십가지의 생각을 하지만, 정작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데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무언가를 장기 기억하는 일에도 미숙하다. 어떤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다가도 며칠 혹은 몇시간만 지나도 쉽게 잊기 마련이다. 더불어, 하고싶지 않은 일을 절대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도 나의 문제이다. 옹달샘 역시 열정이 사라지니 나의 애정어린 발길 또한 끊겼다.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다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비범한 영역이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듯이, 매일 밤 침대에 누웠을 때 더 나아졌다는 확신을 가진 채 잠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