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2019년 9월 28일

English

졸린 눈을 비비고 나니 흐리던 눈 앞의 화려한 불빛들이 더욱 선명해진다. 길쭉한 다리 밑은 반짝이는 조명과 수많은 천막, 시끌벅적한 마이크 소리로 꽉 차있다. 가끔씩 부릉거리는 오토바이 소리가 내가 보는 광경이 한 폭의 그림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보도블럭 위를 걷는다. 그들의 방향은 목적지가 없는듯 자유롭다. 물 속에 풀어놓은 잉크처럼 제각기 다른 크기를 지닌 채 다른 속도로 걷는다. 유독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눈에 밟힌다. 군것질거리를 풀어놓고 수다를 떨거나, 팔짱을 낀 채 발맞춰 걷거나, 둘만의 세계를 쌓아올리고선 풀숲에 그저 누워있기도 하다. 선선한 바람이 귀를 간지럽힌다. 동시에, 열정적인 이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스케이트보드로 묘기를 부리는 사내. 마이크를 잡고선 열창하는 여인. 뜨거운 불길에 고기를 굽는 주방장. 원피스를 입고 나들이를 가는 자매. 아버지에게 자전거를 배우는 딸. 홀로 누워 하늘에 속삭이는 누군가. 이곳은 열정과 위로, 젊음과 연륜, 진보와 정체, 흥과 휴식이 공존하는 장소이다. 저마다 구별되는 외모, 성격, 목표, 가치관, 그리고 인생을 가진 채 존재한다. 이곳은 한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