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화와 장송

2020년 6월 27일

English

나는 사소한 것에도 정말 많은 의미 부여를 하는 사람이다. 특히 나를 나타내는 계정의 이름이라면 더더욱 쉽게 정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계 이름도 그냥 성윤으로 지었다.)

하지만 이 계정 이름마저 성윤으로 놔둘 수는 없어서 깊은 고민을 해봤다. 외국어로 된 다른 부계와는 나름 차별성을 두고 싶기도 했고, 원래부터 한자를 좋아하기도 해서 한자로 지었다.

근화(槿花)는 무궁화를 뜻하는 말이다. 근화일일자위영(槿花一日自爲榮)이라는 한자성어에서 영감을 얻었다. ‘아침에 피어서 저녁에 지는 무궁화처럼 인간의 영화는 덧없다’라는 의미이다.

반면, 장송(長松)은 소나무를 뜻하는 말이다. 낙락장송(落落長松)이라는 한자성어에서 따온 말로, ‘가지가 늘어지고 키가 큰 소나무처럼 절개와 신념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상반되는 두 식물을 부계 이름으로 지은 것은

어떨 땐 인생이 정말 허무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얼마 전까지 소식이 들려오던 친척이 돌아가셨을 때, 힘들게 공부한 중간고사를 실수로 망쳤을 때, 혹은 그저 가만히 앉아있다가도 ‘무엇을 위해 인생을 사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자주, 그렇게 삶의 의미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정반대로, 삶의 목적을 깨닫게 해주는 순간도 존재한다. 대학에 합격했을 때, 소중한 사람과 추억을 만들 때, 하다 못해 맛있는 디저트를 먹거나 취향을 저격하는 음악을 들었을 때, 잠시나마 삶이 아름답고 가치 있어 보인다. 이런 순간에 난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된다.

그래서 나는 삶이란 끊임없는 허무함의 그림자 속에서 내 인생을 유지해야만 하는 목적과 의미를 찾는 끊임없는 투쟁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생의 덧없음을 자각하는 무궁화 같은 삶을 살다가도, 확고한 신념과 철학을 가진 소나무 같은 삶을 살고 싶다.

근화장송이라는 계정 이름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