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제로투원> - 모두가 창조자인 미래
이 책은, 창조자를 위한 책이다. 책의 부제도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보단 ‘경쟁하지 말고 창조하라’가 더 정확하다. ‘독점’은 저자가 지향하는 상태이긴 하나, 결국 독자에게 요구하는 행동은 ‘창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어떻게 성공적으로 창조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룬다. 모든 기업이 ‘독점’ 상태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 성장은 거듭제곱으로 이뤄진다는 법칙, 불명확한 낙관주의가 지배하는 현재, 창업에 관한 그의 조언까지. 이 모두가 가리키는 곳은 단 하나이다. 차근차근, 계획적으로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라는 대의.
그렇다면 독자인 내가 이 책을 읽고 내용 그 너머로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경영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과 개인의 관점 둘 다에서 배울 점이 많기 때문이다. 기업은 ‘법인’, 즉 법이 정의한 인격체다. 그렇기에 기업에 관한 교훈과 지침은 보통 개인에게도 적용 가능하다. '경쟁하지 말고 창조하라' 내겐 틸의 이 말이 기업이 아닌 개인에게 하는 것으로 들렸다. 우리 모두 창조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에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본질적인 계급에 대해 읽었다. 신분이나 돈의 유무보다도 가장 근원적인 계급은 ‘창조하는 자’와 ‘사용하는 자’라는 것이다. 강연이든 책이든 영상이든 자신만의 콘텐츠를 창조해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과, 그 영향력을 받기만 하는 사람으로 나뉜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 사용자에 머문다. 창조자가 되려면 상당한 전문성과 용기,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가 창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모두가 창조자인 세상’은 이상적이다. 앞서 말했듯이 '창조자'와 '사용자'는 필연적으로 구분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가장 이상적인 상태이기에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국가 전체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어 노동임금만으로는 삶의 질을 담보할 수 없는 시대이다. 고성장기 한국에선 '사용자'로도 풍족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지만, 이젠 아니게 된 것이다. 근 몇년 간 떠오르는 퍼스널 브랜딩나 코인 투기 열풍 모두 그런 사실을 깨달은 대중에 의한 트렌드이다. 전자는 창조자의 반열에 오르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고, 후자는 그러한 노력은 하기 싫은 채 현실과의 괴리에 좌절한 자들의 몸부림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나만의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원도 토지도 부족한 이 좁은 땅의 한계 성장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젠 단순 노동만으로는 생존조차 위협받을 수 있다. 대체 가능한 하나의 부품으로 남는다면 언젠간 대체된다. 의식적으로 내가 잘하는 것,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 중 하나는 '사업에서 돈은 중요한 것이거나 전부이다'였다. 돈에 목숨 거는 대다수의 기업, 그리고 돈이 그저 핵심 목표 중 하나인 소수의 기업. 관점을 조금 비틀자면, 돈에 목숨 거는 대다수의 사람과, 돈은 그저 교환화폐일 뿐인 소수의 사람. 기업이든 개인이든, 후자를 추구해야 함은 명확하다.
만약 버는 돈이 모두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딱 한 가지 일을 평생 해야 한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택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결국 대다수의 사람은 생계를 위해 일한다. '돈이 전부인' 개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정작 남들보다 돈을 더 벌고 싶어한다. 남들과 똑같이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행태는, 아인슈타인의 과격한 말을 빌리자면, 정신병 초기증세이다. 남들이 쌓는 스펙 쌓고 남들이 갔던 길을 똑같이 가면, 결국 완전경쟁시장에서 영원히 경쟁하는, 그저 이름만 다른 one of them일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좇지 않는 길을 걷는 사람이 가장 많은 돈을 번다. 돈은 그저 수반되는 가치이지 목표가 되어선 안된다.
혁신으로 가득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답게, 틸은 창조해야 하는 이유, 창조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감성이 아닌 철저하게 논리로 증명한다. 이전까지 '세상에 없던 길을 가야지'라고 어렴풋이 생각했던 내게도 명확한 근거를 밝혀주었다. 그의 표현대로, 불명확한 낙관주의가 지배하는 현재, 더 나은 미래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미래는 우리가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기꺼이 내가 그리는 미래를 만들 것이다.